낮 시간에 호미곶으로 향하는 해안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굳이 꽉 막힌 도로에서 기름과 시간을 버릴 이유는 없다. 해가 지기 직전인 늦은 오후에 출발하면 정체를 완전히 피하면서도 동해 특유의 어둠이 깔리는 바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일몰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이다.
출발지는 포항 남부 해안선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경로를 권장한다. 남구 동해면을 지나 구룡포를 거쳐 호미곶으로 올라가는 노선이다. 이 방향으로 달려야 조수석 창밖으로 바다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일몰이 시작될 무렵 호미곶 끝자락에 도착하면 해가 수평선 너머가 아니라 포항 영일만 안쪽 정면으로 떨어지는 독특한 광경을 차 안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대다수 차량이 빠져나가는 시점이라 주차 스트레스도 없다. 유명한 상생의 손 광장에 굳이 차를 세우고 걸어 나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간이 포구 근처 공터에 차를 세우는 편이 낫다. 시끄러운 인파 없이 파도 소리만 들으며 가만히 머물다 오기에 적합한 지점들이 해안선을 따라 널려 있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어둠이 내린 바다와 저 멀리 보이는 포항 제철소의 야경 불빛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야간 해안 도로는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아 가시거리가 급격히 좁아진다. 속도를 낼 필요 없이 기어를 낮추고 천천히 굴러가듯 달리는 것이 요령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역 특성상 문을 열 때 차량 문이 꺾이는 사고가 나기 쉬우니 하차할 때 문을 꼭 잡아야 한다. 쓸데없이 카페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차 안에서 마실 음료는 출발할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이 동선의 끊김을 막는 방법이다.